위암은 전 세계적으로 5번째로 흔한 암이며 암 관련 사망의 4번째 주요 원인이다. 복막 암종증은 전이성 질환이 있는 진행성 위암 환자의 1/3 이상에서 발생하며 일반적으로 예후가 불량하다. 복막 전이를 포함한 위암의 원격전이는 수술에 의한 근치를 기대할 수 없는 대표적 인자에 해당하지만 대부분의 수술 전 검사들이 이러한 인자를 진단하는 데 한계를 가지고 있다. 복수를 동반한 진행성 위암 환자에서 복막 암종증의 조기 진단, 악성 복수와 양성 복수의 감별 진단은 진단과 치료 과정에서 매우 중요하며, 환자의 예후에 큰 영향을 미친다.
악성 복수와 양성 복수의 감별을 위해서는 개복 혹은 진단적 복강경 검사, 영상 검사, 복수액 분석 및 복수의 세포 검사 등이 사용된다. 개복 및 진단적 복강경 검사는 가장 정확한 검사이지만, 침습적이라는 큰 제한점이 있다. 복부 CT 검사에서 장벽 비후와 조영증강, 장간막 비후나 침윤, 복막 결절 같은 전형적인 소견을 보이는 경우 복막 암종증을 의심할 수 있지만 영상 검사만으로 확진이 쉽지 않다. 복수액 분석에는 복수 내 LDH, 총 단백량, 세포수, CEA, serum asictes albumin gradient (SAAG) 등이 이용되며, 문맥압항진증이 있는 여출성 복수(transudates)와 그렇지 않은 삼출성 복수(exudates)의 감별진단에 유용하다. SAAG가 1.1 이상인 경우 문맥압항진증이 원인인 반면 악성 복수에서는 1.1 미만인 경우가 많다. 복수 총 단백량과 LDH 수치도 감별에 도움이 되지만 민감도는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복수를 통한 세포 검사가 비교적 간편하고 정확한 방법이지만, 민감도가 낮은 제한점이 있기 때문에 다양한 혈청 종양 표지자들을 이용하여 진단의 정확도와 민감도를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이 있었다. 악성 복수를 동반한 위암 환자에서 적절한 종양 표지자와 그 역할은 아직 명확히 확립되지 않았으나, 검사의 편리성과 용이함을 고려해 볼 때 악성 복수의 진단에 있어 복수의 종양 표지자를 이용하는 것은 매우 효율적일 것이다.
현재까지 종양 표지자를 이용하여 위암의 진단 정확도를 향상시키기 위한 많은 연구가 발표되었다. 혈청 CEA, CA 19-9 및 cancer antigen 72-4 (CA 72-4) 수치는 정상 건강인과 비교 시 위암 환자에서 유의하게 높았으며, 위암 진단의 정확도를 높여 실제 임상에서 진단 및 예후 예측을 위해 가장 많이 사용되는 종양 표지자이다[1]. 혈청 CA 125 및 CA 72-4 수치 역시 위암 진단에 유용할 뿐만 아니라 위암의 복막 파종 환자에서 예후를 예측하고 치료 효과를 평가하는 데 유용하였다[2]. 이러한 혈청 종양 표지자의 유용성을 토대로, 복막 세척액 혹은 복수 종양 표지자의 진단적 유용성에 대한 연구들도 발표되었다. 복막세척액의 높은 CEA 및 CA 72-4 수치는 외과적 절제술을 받은 위암 환자에서 복막 재발 또는 예후 예측에 유용한 인자였으며, 복막세척액의 CA 19-9 상승은 진행성 위암과 유의하게 관련이 있었다[3,4]. 그리고 복막세척액 CEA 수치와 세포검사의 조합 분석은 위암 환자에서 복막전이의 유용한 예측 인자였다[5]. 복수 종양 표지자를 이용한 악성 복수 감별진단을 위한 연구도 발표되었으며, 다른 바이오마커를 추가하면 악성 복수의 진단 정확도가 향상됨을 보여 주었다. 대표적으로 exosomal miRNAs 혹은 miR-181b-5p와 혈청 CEA 수치를 조합하여 분석한 경우 CEA 단독에 비해 위암 환자에서 악성 복수의 진단 정확도를 유의미하게 향상시켰다[6,7].
하지만 현재까지 악성 복수를 동반한 위암 환자에서 복수의 종양 표지자를 이용하여 진단의 유용성을 연구한 보고들은 많지 않다. 이번 연구는 위암 환자의 악성 복수와 간경변증 환자의 양성 복수에서 종양 표지자 수치를 측정하여 복수 종양 표지자의 진단적 가치를 분석하였다[8]. CEA, CA 72-4 및 CA 19-9 수치는 간경변증 환자의 양성 복수에서보다 위암 환자의 악성 복수에서 유의하게 높았지만 CA 125 수치는 양 군에서 비슷하였다. 각 종양 표지자의 receiver operating characteristic 곡선 분석은 CEA가 민감도 85.5%, 특이도 96.8%, area under the curve (AUC) 0.952로 악성 복수의 진단에 있어 가장 높은 진단 정확도를 보여주었다. 또한 이 연구에서는 높은 특이도를 유지하면서 민감도를 증가시키기 위해 CEA를 다른 종양 표지자와 조합하여 분석하였으며, CEA와 CA 72-4의 조합 분석 시 0.966의 AUC, 86.2% 민감도 및 100% 특이도로 악성 복수에 대해 가장 높은 진단율을 보여주었다. 따라서 저자들은 여러 복수 종양 표지자들을 조합 분석하는 것이 위암 환자의 악성 복수 진단에 있어서 진단 민감도와 특이도를 향상시키며, 검사 절차가 비교적 간단하여 임상에 쉽게 도입될 수 있음을 시사하였다. 그러나 이 연구에서는 환자의 혈청 종양 표지자 수치에 대한 정보가 없었기 때문에 복수 종양 표지자와 혈청 종양 표지자의 진단 정확도에 대한 비교 분석이 시행되지 못하였다. 또한 임상병기, 환자의 생존율, 치료 방법 및 치료 반응 등 구체적인 임상 정보가 없다는 제한점이 있다. 추후 환자의 임상 병기 또는 양상에 따라 종양 표지자의 유용성을 분석한 연구가 필요하다.
이번 연구에서 확인된 중요한 점은 진행성 위암 환자의 악성 복수 진단에 있어서 CEA를 비롯한 다양한 종양 표지자들을 조합하여 분석하고, 새롭게 발견되는 표지자를 추가한다면 진단율 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복수뿐만 아니라 혈청 종양 표지자와 다른 임상요인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방법도 진단적 정확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복수 종양 표지자의 농도에 따른 진단, 치료 반응 예측 및 그에 따른 치료 방침 결정에 대해 추가적인 연구가 이루어진다면 임상적으로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