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식도이완불능증(achalasia)은 연하시 식도 체부의 연동운동 소실과 하부식도괄약근의 불완전한 이완을 보이는 식도운동 질환이다[
1]. 하부식도괄약근의 폐쇄로 음식물이 식도 내강에 지속적으로 정체되어 삼킴곤란, 소화되지 않은 음식물의 역류, 흡인성 기침, 흉통, 체중 감소 등의 증상을 유발한다[
2]. 진단이 지연되거나 치료가 불충분한 경우 식도 확장이 진행되어 거대 식도(megaesophagus)로 변형되는 말기 식도이완불능증(end-stage achalasia)으로 발현한다[
3]. 확장된 거대 식도는 흉강 및 주변 종격동 장기를 압박하여 중증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반복적인 미세 흡인이나 확장된 식도에 의한 기도 압박으로 구조적 또는 기능적 폐 이상을 초래할 수 있으며[
4], 급성 상기도 폐쇄와 같은 호흡기 합병증 발생이 가능하다[
5]. 또한 주변 혈관 압박으로 인한 심혈관계 허탈 및 좌심방을 압박하여 부정맥 및 혈역학적 불안정을 유발할 수 있으나[
6], 급성 호흡부전 및 심정지에 이르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7]. 저자들은 거대 식도에 의한 좌심방 압박으로 발생한 급성 심정지를 동반한 말기 식도이완불능증 환자를 경험하고 풍선확장술로 치료하였기에 문헌 고찰과 함께 보고하는 바이다.
증 례
67세 남자가 한달 전부터 발생한 삼킴곤란 및 구토를 주소로 내원하였다. 약 8년 전부터 간헐적인 구토 증세가 있었으나 치료를 하지 않았으며 2년 전부터 음식물 역류 증상으로 개인병원에서 역류성 식도염으로 진단받고 약물 치료를 하였으나 증상의 악화와 호전을 반복하였다. 한달 전부터 물과 고형식의 삼킴곤란 및 식사 직후 구토 증세가 지속되고 1주 전에는 수면 중 구토가 발생하여 소화기내과 외래로 내원하였다. 과거력에서 본태성 고혈압으로 5년간 약제를 복용하였으며, 30년 전 위천공 수술을 하였다. 신체 검사에서 만성 병색이었으며 장음은 정상이었고, 그 외에 특이 소견은 관찰되지 않았다. 심전도 및 흉부 단순 촬영에서 이상 소견은 없었다. 흉부 전산화단층촬영에서 전반적인 식도의 확장과 식도 내강 내 액체 저류 소견이 관찰되었다(
Fig. 1).
상부위장관 내시경 검사에서 식도 체부의 비정상적인 확장과 음식물 저류가 관찰되었으며 위식도접합부가 동심원상으로 강하게 수축되어 좁아져 있었다(
Fig. 2A). 식도 점막 조직 검사에서 특이 소견은 없었으며, 식도조영술에서 식도 체부의 확장 및 연동운동 소실과 심한 원위부 식도협착으로 인한 하부 식도의 새부리(bird’s beak) 모양이 관찰되었고(
Fig. 2B), 식도내압 검사에서 연하 시 하부식도괄약근의 불이완과 식도 체부의 연동운동의 소실 및 낮은 압력의 동시성 수축이 관찰되었다(
Fig. 2C). 고형식을 이용한 동위원소 식도통과 검사에서 검사 10분에 55%, 20분에 57%의 잔류율로 현저한 통과 시간의 지연을 보였다(
Fig. 2D). Eckardt 증상 점수는 10점(삼킴곤란 3, 역류 3, 흉통 1, 체중 감소 3)으로 심한 식도이완불능증으로 진단하고 풍선확장술을 권유하였으나 시술 합병증에 대한 두려움으로 환자가 거부하여 퇴원하였다.
환자는 2주 후 호흡곤란과 기침 및 농성 객담으로 응급실로 다시 내원하였다. 활력징후는 혈압 125/80 mmHg, 맥박수 71회/분, 호흡수 26회/분, 체온 38.6℃였다. 검사실 소견은 말초혈액 검사에서 백혈구 10,990/mm
3, 혈색소 15.0 g/dL, 혈소판 254,000/mm
3였다. 혈청 생화학 검사는 알부민 4.6 g/dL, 요소질소 14.0 mg/dL, 혈청 크레아티닌 0.95 mg/dL, 총 빌리루빈 0.55 mg/dL, AST/ALT 28/24 IU/L였으며, 혈청 전해질 검사는 나트륨 137 mEq/L, 칼륨 4.1 mEq/L, 칼슘 8.4 mg/dL, 마그네슘 2.1 mg/dL였으며, C-반응성 단백질은 178 mg/L로 증가되어 있었다. 흉부 단순촬영에서 양측 폐야의 음영이 증가되어 있었으며, 고해상도 흉부 단층촬영에서 양측 폐하부, 우중엽 및 좌상엽 폐렴 소견이 관찰되었으며 식도 하부가 팽창된 소견이었다(
Fig. 3).
급성 폐렴으로 진단하고 입원하여 5일간 항생제 치료 후 임상 증상과 방사선학적 검사 소견이 호전되던 중, 침상에서 대변을 보고 난 직후 급작스런 호흡곤란 및 의식 소실이 발생하였으며, 안구편위(eyeball deviation) 소견과 경동맥 및 서혜부 맥박이 촉지되지 않아 즉시 기도삽관 및 심폐소생술을 시행하였다. 약 2분간의 심폐소생술 후 환자는 의식을 회복하고 생체 징후가 안정되었으며, 직후 시행한 심초음파 검사에서 확장된 식도가 좌심방을 외측에서 압박하는 상태였고 이로 인한 좌심방 허탈 소견이 관찰되었다(
Fig. 4). 뇌파 검사 및 두부 전산화단층촬영 등은 정상이었고, 식도이완불능증에 의한 좌심방 압박으로 판단하고 먼저 비위관을 하부 식도에 삽입하여 감압을 시행한 후 다음 날 풍선확장술을 시행하였다. 하부식도괄약근 부위에 3.0 cm 직경의 Rigiflex
® 풍선 시스템(Boston Scientific, Marlborough, MA, USA)을 이용하여 12 psi의 압력으로 90초 간 2회 풍선확장술을 시행하였고, 시술 다음 날 시행한 식도 조영술에서 조영제가 잘 통과되는 것을 확인하였으며 시술 일주일 후 시행한 심초음파 검사에서 좌심방을 압박하던 종괴는 관찰되지 않았다(
Fig. 5). 시술 후 증상은 호전되어 정상 식이 후 퇴원하였으며, 3개월 후 추적 심초음파 검사는 정상이었고 Eckardt 증상 점수 1점(삼킴곤란 0, 역류 1, 흉통 0, 체중 감소 0), 고형식을 이용한 동위원소 식도통과 검사에서 검사 10분에 5.4%, 20분에 5.1%의 잔류율로 이후 5년간 증상 없는 상태로 외래 추적 중이다.
고 찰
식도이완불능증은 원인을 알 수 없는 특발성인 경우가 대부분으로 식도의 연동운동과 하부식도괄약근의 이완을 조절하는 근육신경절(myenteric plexus)의 이상에 의해 발생한다[
2]. 유전 및 면역학적 소인을 가진 사람에서 단순포진바이러스 등에 감염되면 이상 면역반응이 유발되어 근육신경절의 염증을 일으키는데, 세포독성 면역반응이 지속되면 점차적으로 신경세포들이 감소하여 결국 소실되거나 신경 기능의 장애를 일으키는 것으로 추정한다. 환자의 임상경과가 다양한 것은 면역반응의 종류와 세포독성 면역반응의 정도에 따라 진행속도와 표현형이 다르기 때문이다[
8].
식도이완불능증은 진행이 점진적으로 이루어지므로 진단 시까지 수년간 증상을 경험한다[
9]. Adams 등[
10]은 증상을 3단계로 분류하였는데, 1단계는 삼킴곤란, 흉통 및 역류 증상이 있지만 정상 식도 직경을 보이는 경우, 2단계는 식도 직경이 증가되면서 삼킴곤란 및 흉통이 일시적으로 감소되는 경우, 3단계는 식도가 매우 심하게 확장되어 증상이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체중감소가 보이는 경우이다. 식도가 현저히 확장되어 있는 말기 식도이완불능증 단계의 환자들은 대개 호흡기 증상을 자주 호소하는데, 저류된 음식 및 분비물로 인한 야간 기침과 경도의 호흡곤란, 흡인성 폐렴 및 폐농양, 드물게 확장된 식도에 의해 기관이 압박된 경우 급성 호흡부전이 발생할 수 있다[
11]. 말기 식도이완불능증으로 인한 거대 식도에서 심정지 및 급사와 관련된 기전으로는 음식물 흡인, 기관 및 심장 압박, 음식의 식도통과를 위한 발살바 조작시 유발된 부정맥, 식도궤양 출혈, 식도천공 등이 가능하다[
12]. 본 증례에서는 확장된 식도에 의해 좌심방이 압박되어 급성 심정지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며, 좌심방은 심장의 후방에 위치하여 식도 및 하행대동맥과 근접하고 벽이 비교적 얇고 내부 압력이 낮아 주위 구조물에 의해 압박될 수 있다. D'Cruz 등[
13]은 좌심방 자국(impression)에 대해 해부학적 변형의 심한 정도 및 혈역학적 결과를 토대로 근접(proximity), 침범(encroachment), 압박(compression)으로 세분하였는데, 가장 심한 형태인 좌심방 압박은 좌심방 용적 및 심박출량을 감소시켜 호흡곤란, 운동 내성 감소, 혈역학적 불안정을 일으키며, 좌심방 압력 상승으로 증가된 폐정맥압으로 인해 폐부종을 유발할 수 있다[
6]. 본 환자는 배변 시 발살바 조작으로 흉강 내 압력이 상승하여 확장된 식도에 의한 좌심방 압박이 일시적으로 증가하고 정맥환류가 감소하면서 심정지가 발생하였을 수 있으며, 발살바 조작으로 유발된 부정맥이 원인일 가능성도 있다.
식도이완불능증과 동반된 급성 호흡부전 및 심정지는 매우 드문 심각한 합병증으로 소수의 증례가 보고되었고 각 증례 마다 식도 이완불능증에 대해 다른 치료 방법을 적용하였다[
7]. Bruijns과 Hicks [
14]는 79세 여자 환자가 식후 호흡정지로 내원하여 기도삽관 및 인공환기 상태에서 식도이완불능증 진단 하에 비위관을 통한 식도 감압 후 보튤리늄 독소 주입 치료를 하여 치료한 증례를 보고하였으나 이후 환자의 추적 검사가 이루어지지 않아 장기 예후를 알 수 없었다. Altintoprak 등[
15]은 18년 전부터 삼킴곤란이 있던 35세 여자 환자가 식후 심정지로 내원하여 심폐소생술을 시행하였으며 전산화단층촬영에서 확장된 식도로 인한 심장 및 기관 압박 소견이 관찰되어 비위관을 통한 식도 감압 후 복강경 헬러 근절제술로 치료한 후 18개월까지 추적 관찰한 증례를 보고하였다. 그러나 본 증례의 환자에서는 고령 및 급성 폐렴 등의 전신상태가 좋지 못하여 수술적 치료를 선택하기 어려웠다. Hifumi 등[
5]은 13년 전부터 삼킴곤란이 있던 53세 여자 환자에서 이송 중 두 차례의 심폐정지로 흉부압박 후 기도삽관 및 저체온 치료를 병행하면서 식도내압 검사 및 전산화단층촬영에서 거대 식도로 인한 기관 압박 소견이 관찰되어 비위관을 통한 식도 감압 후 풍선확장술로 치료한 증례를 보고하였으나 치료 후 한달 이후 추적 결과가 없어 장기예후를 알 수 없었다. 특히, Mabvuure 등[
7]은 결절성 경화증 및 간질 병력이 있는 40세 남자가 식후 기관 협착음으로 내원하여 식도이완불능증으로 인해 확장된 식도가 기관을 압박하여 풍선확장술로 치료하였으나 식도 확장이 재발 및 진행되어 2개월 후 다시 심폐정지가 발생하여 식도절제술로 치료한 증례를 보고하였다.
본 증례에서는 폐렴 및 환자의 전신상태가 전신마취와 수술이 어려운 상태에서 심정지의 중증 합병증을 동반한 경우로, 추후 재발이 없으면서 가능한 최소 침습의 치료법을 고려해야 했다. 식도이완불능증이 진행되면 식도가 크게 팽창하게 되면서 축편위 및 비틀림으로 S자형 식도로 변형되며[
16], 이 경우 식도절제술이 근본적인 치료로 고려되지만 합병증과 수술 관련 사망률이 높다. Inoue 등[
17]은 고령, 이전 치료 과거력, 6 cm 이상의 식도 확장, S자형 식도를 포함한 500명의 식도 이완불능증 환자에게 경구 내시경적 근절개술을 적용하여 치료 효과가 좋고 시술 관련 합병증은 3.2%로 안전하다고 보고하였으나 전신상태가 좋지 않아 전신마취를 할 수 없는 환자는 제외하였다. S자형 식도에서 복강경 헬러 근절제술 및 경구 내시경 식도 근절개술 치료 시 좋은 결과를 보여주는 연구들이 있지만 장기적인 효과에 대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18]. Khan 등[
19]은 9명의 거대 식도(7 cm 이상의 직경) 환자에서 풍선확장술을 시행하여 합병증이 없이 충분하게 확장하였고 12개월 추적 관찰에서 지속적인 증상 호전을 보고한 바 있다. 따라서, 본 증례의 환자에서는 풍선확장술을 최소 침습의 치료법으로 판단하여 시행하였으며, 이전 보고에서 장기 추적 결과가 없어 본 환자를 5년간 추적 관찰하였으나 증세 및 내시경, 동위원소 식도통과 검사, 식도 조영술, 심장 초음파 검사 등에서 호전된 상태로 유지되고 있어 수술이 어려운 환자에서 장기간 안전한 치료로 고려해 볼 수 있다. 최근 고해상도 식도내압 검사를 통해 식도이완불능증의 아형 분류가 가능해졌고, II형은 풍선확장술과 복강경 헬러 근절제술의 치료 효과가 더 높고 III형은 I, II형에 비하여 예후가 나쁘다[
20]. 고해상도 식도내압 검사를 시행하지는 못하였으나 본 환자는 체부의 동시 수축파가 관찰되는 II형으로 풍선확장술에 좋은 장기 치료 효과를 보인 것으로 추정할 수 있으며, III형의 경우라면 근절개술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
말기 식도이완불능증의 치료는 어려우며 심폐정지와 같은 중증 합병증을 동반한 거대 식도의 경우 S자형 식도 유무, 식도내압 검사에 의한 아형, 이전 치료 과거력, 환자 상태, 시술의의 숙련도, 의료기관의 시설, 외과적 전문성을 포함한 많은 요소를 고려하여 치료방법을 결정하여야 한다. 본 증례에서 식도이완 불능증으로 인한 거대 식도의 좌심방 압박으로 발생한 급성 심정지 환자에서 풍선확장술로 성공적으로 치료하고 장기간 추적 관찰에서 좋은 예후를 보였기에 보고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