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약
이 연구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Helicobacter pylori) 제균 치료가 위암의 발생률 및 사망률에 미치는 예방 효과를 평가한 한국의 대규모 인구 기반 후향적 코호트 연구이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제균 치료를 받은 916438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2021년까지 평균 12년간 추적 관찰하였다[
1]. 분석 결과, 제균 치료를 받은 환자는 20대를 제외한 모든 연령대(30-70대 이상)에서 일반 인구와 비교할 때 위암의 발생률과 사망률이 유의하게 낮았으며, 특히 효과가 명확하지 않다고 알려진 고령층에서도 뚜렷한 예방 효과가 관찰되었다. 70-74세, 75-79세, 80세 이상 연령군에서 제균 치료를 받은 환자의 위암 발생 표준화 발생비(standardized incidence ratio)는 각각 0.56, 0.48, 0.36, 표준화 사망비(standardized mortality ratio)는 각각 0.30, 0.38, 0.43으로, 모두 일반 인구 대비 유의하게 낮은 수치를 보였다.
해 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은 위암의 주요 위험 인자이며, 만성 위염, 위축성 위염 및 장상피화생의 단계를 거쳐 위암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존 연구에서는 헬리코박터를 제균하였을 때 위축성 위염은 가역성을 보이는 반면 장상피화생으로 진행하면 제균 치료로 호전될 수 없다는 ‘point of no return’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왔다[
2]. 하지만 중국의 대규모 장기 코호트 연구에 따르면, 오히려 장상피화생이나 이형성증이 있던 환자에서 제균 치료의 위암 예방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났다[
3]. 홍콩의 대규모 데이터를 이용한 연구에서도 60세 이상 환자에서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가 위암 발생 위험을 약 18% 감소시킨다고 보고하였으며, 특히 제균 후 10년 이상 경과 시 그 예방 효과가 더욱 뚜렷하다고 보고하였다[
4]. 이러한 선행 연구들은 위 점막 변화가 진행된 이후에도 제균 치료가 위암 예방 효과를 가질 수 있음을 보여주며, 이번 연구 역시 70세 이상의 고령층에서 제균 치료의 이점을 확인하였다는 점에서 같은 방향의 근거를 제시한다.
특히 고령 환자는 동반 질환과 여러 약제 복용 등으로 제균 치료의 부작용 가능성이 우려되지만, 최근 연구에서는 제균 치료 요법의 안전성이 연령에 따른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유럽 인구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60세 이상의 고령 그룹과 60세 미만의 젊은 그룹 간에 제균 요법의 효과 면에서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으며, 특히 항생제 관련 부작용 발생률은 고령 그룹에서 유의하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5]. 따라서 제균 치료의 결정은 단순히 연령에 의해 제한되어서는 안 되며, 환자의 기저 질환과 기대 여명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본 연구는 대규모 인구 기반 자료를 이용하였다는 장점을 가지지만, 일반 인구의
H. pylori 감염 여부 및 제균 치료군의 제균 성공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 인구 대비 관찰된 위암 발생률과 사망률의 감소 경향은 제균 치료가 고령층에서도 임상적으로 유의미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2022년 Maastricht VI/Florence Consensus Report에서[
6] “위암 예방을 위한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는 늦었다고 생각할 시점이 없으며, 고령은 치료 제한의 요소가 되지 않는다”고 제안한 내용을 뒷받침한다. 실제 국내 연구에서는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가 장상피화생의 진행을 막거나 일부 호전시킬 수 있음을 보여주었으며[
7,
8],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본 연구에서 확인된 위암 예방 효과 역시 위 점막 변화 이후의 제균 치료가 임상적으로 유의미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이번 연구에서는 제균 치료의 효과가 위암 발생률뿐만 아니라 위암 사망률에서도 관찰되었는데, 이는 제균 치료가 이미 위암이 발생한 환자에서도 추가적인 악성 변화를 억제하여 예후 개선에 기여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결론적으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제균 치료는 가능한 한 젊은 연령에서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고령층에서도 위암 예방과 생존 향상에 기여할 가능성이 있으며, 연령을 이유로 치료를 연기하거나 제한할 필요는 없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결과는 향후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 전략 및 위암 예방 정책 수립에 중요한 근거를 제공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