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위공장결장루(gastrojejunocolic fistula)는 위와 대장 사이에 비정상적인 연결이 형성되는 질환으로, 위공장문합술의 드문 후기 합병증이다. 주된 원인은 부적절한 위절제술 또는 불완전한 부교감신경절제술로 인해 생긴 문합 부위의 궤양이 천공되면서 횡행결장과의 누공을 형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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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증상은 상복부 통증, 체중 감소, 설사, 위장 출혈 및 분변성 구토가 있다. 설사는 가장 흔한 증상으로, 이로 인한 탈수, 체중감소가 동반되며 실험실 검사에서 영양실조가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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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진단은 상부 위장관 조영술, 내시경 검사 및 컴퓨터 단층촬영으로 이루어진다. 최근 수술 기술의 발전과 다양한 궤양 치료 약물의 개발로 위공장결장루의 발생이 크게 감소했지만, 여전히 위공장문합술 후 발생할 수 있는 심각한 합병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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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따라서 위 수술 과거력이 있는 환자가 전형적인 증상을 보일 경우, 반드시 위공장결장루의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저자들은 20년 전 위암으로 인해 원위부 위절제술 후 위공장문합술을 시행 받은 환자에서 복통 및 설사 증상으로 내원하여 위공장결장루를 진단한 증례를 보고하려고 한다.
증 례
51세 남성이 지난 한 달 동안 지속된 상복부 복통과 설사를 주소로 내원하였다. 내원 당시 2개월간 2 kg의 체중감소가 있었고, 하루 2회 이상의 브리스톨 대변 척도(Bristol stool scale) 6형의 설사가 있었다. 음식 섭취 후에 설사 증상이 나타나며, 금식 시 증상이 호전되는 양상을 보였다. 입에서는 악취가 나지 않았지만, 가끔 트림할 때 대변냄새가 난다고 하였다. 환자는 20년 전 위암으로 진단을 받고 부분 위절제술 및 위공장문합술(Billroth II 술식)을 시행하였다. 7개월 전 수출각 천공(efferent-loop perforation)으로 위공장 복원술, 유착 박리수술 및 Rou-en-Y 위공장 재건술(takedown of gastrojejunostomy with adhesiolysis and Roux-en-Y gastrojejunostomy)을 시행하였다.
위궤양의 과거력은 없었으며, 2년 전 건강검진 중 시행한 위내시경에서 이상소견이 발견되지 않았다. Rou-en-Y 위공장 재건술 후 복통이 있어 1달 후 시행한 위내시경에서 궤양이나 다른 특이소견은 없었다. 과거력상 고혈압, 당뇨, 결핵, 간염 등의 병력은 없었고, 진통소염제 및 스테로이드를 최근 복용하지 않았다. 9개월 전에는 간의 신경내분비종양으로 진단되어 3개월 전 간동맥 화학 색전술(transcatheter arterial chemoembolization)을 마지막으로 시행하였으나, 전신쇠약으로 환자는 추가적인 치료를 원치 않아서 경과관찰중이다. 가족력에서도 특이사항은 없었다. 음주력은 주 2-3병의 소주를 25년간 마셨고, 흡연력에서 하루에 한 갑 정도를 25년간 피웠다.
내원 시 활력징후는 안정적이었고, 발열이나 다른 전신증상은 없었다. 두경부 및 사지에 특이 소견이 없었으며 폐음 및 심음도 정상 범위였다. 복부 검사에서는 정중앙으로 절개창 흔적이 보였으며, 좌상복부 압통은 있었으나 반발통은 없었다. 장음은 다소 항진되어 있었다.
말초혈액검사에서 백혈구 3750/mm
3, 혈색소 7.0 g/dL, 혈소판수 271000/mm
3였고, 혈청 생화학 검사에서 요소질소 10.3 mg/dL, 크레아티닌 0.56 mg/dL, 나트륨 135 meq/L, 칼륨 4.2 meq/L, 아스파테이트아미노전이효소 15 IU/L, 알라니아미노전달효소 8 IU/L, 총 빌리루빈 0.32 mg/dL, 총 단백 5.6 gm/dL, 알부민 2.8 g/dL, 프로트롬빈시간(prothrombin time) 12.2초, 국제표준화비율(international normalized ratio) 1.16이었다. 상부위내시경 검사에서 위공장문합부 직하부의 공장에 1 cm 크기의 누공이 관찰되었고, 변연에 3 cm 크기의 불규칙한 궤양이 있었으며 주변은 부종성 점막의 소견을 보였다(
Fig. 1A). 누공 주위에 분변성 분비물이 관찰되었으며, 내시경이 누공을 통과하여 횡행대장을 관찰할 수 있었다(
Fig. 1B). 시행한 computed tomography (CT)상에서도 위공장결장 누공을 확인할 수 있었고 종괴 및 림프절 종대는 없었다(
Fig. 2). 시행한 조직검사상 염증세포가 관찰되었으며, 악성세포는 관찰되지 않았다.
수술적인 치료를 위해 외과와 협진했으나, 환자의 전신 상태, 이전 유착박리수술의 과거력, 현재 대변 역류의 양이 많지 않은 점과 환자가 수술을 원치 않는 것을 고려하여 일차적으로 비수술적인 치료를 시행하기로 하였다. 우선 영양 상태를 개선하기 위해 경정맥영양요법(total parenteral nutrition)을 시행하고 위산억제제와 지사제를 사용하면서 경과를 관찰하였다.
3달 뒤 외래에서 추적관찰한 내시경 결과, 전에 관찰된 공장의 궤양은 호전되었으나, 위공장결장루는 지속적으로 관찰되었으며, 하루 2회 이상의 설사 증상이 지속되었다. 간의 신경내분비종양 치료를 위해 octreotide 투여를 시작하여서, 이에 따른 설사 증상 호전 여부를 관찰하였으나 증상호전이 없었다. 다시 한번 표준 치료인 수술적 치료를 고려하여 외과와 협진하였으나 환자가 거부하였고, 내시경을 이용한 중재적 시술도 동의하지 않아 경과 관찰하기로 하였다. 외래에서 경과 관찰 중 증상이 악화될 경우 다시 한 번 수술적 치료에 대해서 논의할 예정이다.
고 찰
위공장결장루는 위와 대장 사이에 누공을 통해 비정상적으로 연결이 되어 있는 상태로, 이는 위 혹은 결장의 악성종양, 외상, 염증성 장질환, 장결핵, 매독, 복강내 농양, 내시경하 경피적 위루조성술(percutaneous endoscopic gastrostomy) 등에 의해 발생할 수 있지만, 대부분은 위공장문합술의 합병증으로 생기는 변연궤양의 천공에 의해서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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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호발하는 연령은 40-50세이며, 주로 남성에서 발생한다[
8]. 이전에 한 연구에서 소화성 궤양의 수술 후 발생하는 위공장결장루를 보고하였는데 주로 남성에서 많았으며, 평균 연령은 49.1세였다. 악성 종양에 의한 경우는 주로 고령층에서 발생하며 평균 연령 64.2세로 보고되었다. 발생위치는 위궤양 수술 후 49례 중 7례가 문합부와 횡행결장(marginocolic), 27례가 공장과 횡행결장(jejunocolic) 사이에 있었다[
3]. 본 증례에서도 공장과 횡행결장의 원위부 사이에 누공이 있었다.
임상양상으로 설사, 체중 감소, 분변 트림이 전형적인 증상이며, 상복부 통증, 구토, 위장출혈, 현기증이 발생할 수 있다[
4]. 통증은 누공이 형성될 때 일시적으로 발생할 수 있고, 설사는 대부분의 환자에서 발생한다[
5]. 위공장결장루로 인한 설사는 식후 비교적 빠르게 나타나고, 횡와위 자세를 취할 때 심해지는 특성이 있다. 설사 양상은 누공의 크기, 결장 내용물에 의한 위산분비 증가, 담즙산 감소로 인한 지방변 발생, 그리고 세균의 비정상적인 증식 등 여러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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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설사는 위의 내용물이 누공을 통해 직접 결장으로 넘어가기 때문인데, 소화되지 않은 음식물 및 위산이 대장으로 바로 이동함으로써 발생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또 다른 원인으로는 위와 대장 간의 내부 압력 차이로 인해 대장의 내용물이 누공을 통해 역류할 수 있다. 내용물이 위를 거쳐서 내려가면서 소장을 자극하고, 소장의 점막 손상을 유발하여 소장염을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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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이로 인해 설사가 발생하거나 흡수장애 소견을 보일 수 있다. 실험실 소견에서는 빈혈, 전해질 불균형장애가 나타나며, 일부 환자에서는 흡수장애로 인한 저단백질혈증과 저알부민혈증 그리고 심한 영양결핍 소견을 보일 수 있다[
6]. 본 증례의 환자에서는 상복부 통증, 체중 감소, 설사, 빈혈, 저알부민혈증 소견을 보였다. 상복부 통증은 누공의 형성과 누공 주위의 궤양으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생각된다.
진단을 위해서는 위내용물이 결장으로 이행하는 것을 확인해야 한다. 대장조영술, 상부위장관조영술, 상부소화관내시경 및 대장내시경 검사를 해볼 수 있다. 이전 보고에서는 대장조영술의 진단율은 97%, 상부위장관조영술의 진단율은 70%로 보고되어 대장조영술이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2]. 대장조영술의 경우, 인위적으로 압력을 주면서 바륨을 주입하여 위와 대장 사이에 압력차이를 만들어 대장의 조영제가 상대적으로 낮은 압력의 위로 들어갈 수 있어 진단율이 높다. 상부위장관조영술은 인공적인 압력없이 정상적인 주변 압력을 사용하여서 대장조영술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진단율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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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위내시경의 경우 가장 정확하게 위공장누공을 확인할 수 있으며, 조직검사를 통해 악성질환을 배제할 수 있다. 하지만 위 내 음식물이 남아 있거나, 작은 크기의 누공이 위 점막 사이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경우, 내시경으로 인한 누공 진단에 제한이 있을 수 있다. 대장내시경의 경우, 소화되지 않은 음식물을 보거나 누공을 관찰할 수 있다. 복부 CT의 경우 복잡한 누공을 확인하고 다른 질환을 배제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본 증례에서는 위내시경 및 복부 CT로 위공장결장루를 확인하여 진단할 수 있었다.
치료방법으로 위공장결장루에서는 수술적인 방법이 원칙이며, 누공을 없애고 궤양의 재발을 막는 것이 수술의 목적이다. 수술 전에 환자가 영양실조 및 전해질 불균형이 있으면, 우선적으로 경정맥영양요법을 시행하여 환자의 영양 상태를 개선해야 한다. 이전에 보고된 몇몇 증례에서, 약제 유발성 위궤양으로 인해 위결장누공이 발생했을 때, 해당 약제를 중단하고 프로톤 펌프 억제제나 히스타민 수용체 길항제를 사용하여 치료하였다. 치료 기간은 2주에서 16주 사이였으며 평균 9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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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최근에는 내시경을 이용한 파이브린 밀봉재(fibrin glue), 헤모클립, 루프, 스텐트 등의 중재술 치료가 보고되고 있다. 이러한 치료법의 성공률은 누공의 크기 및 주변 조직의 상태와 같은 관련 요인에 따라 달라진다. 특히 누공 크기가 작은 경우 파이브린 밀봉재를 이용한 치료를 고려해 볼 수 있고, 악성 종양에 의한 폐쇄가 있는 경우 스텐트를 사용한 바이패스를 고려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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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수술적인 치료법은 누공을 포함하여 위, 공장, 대장의 일부를 절제한 후 위장관을 재건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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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과거 전통적인 치료는 영양상태 개선과 함께 2-3단계 수술이 있었으나, 최근에는 정맥 및 장내 영양 지원 치료와 집중 치료 조건의 발전으로 인해 일단계 절제술이 선호되고 있다.
요약하자면, 이 증례는 위공장문합술을 받은 환자에게서 후기 합병증으로 발생한 위공장결장루에 대한 증례이다. 환자는 복통, 설사, 트림시 분변냄새, 체중감소의 전형적인 위공장결장루의 증상이 있었으며, 위내시경과 복부 CT를 통해 위공장결장 누공으로 진단하였다. 위공장문합술을 받은 과거력이 있는 환자에게 위와 같은 전형적인 증상이 있을 때, 위공장결장루를 감별진단으로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