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약
소화성 궤양은 상부위장관 출혈의 주요 원인으로, 내시경적 지혈에도 불구하고 높은 이병률과 사망률을 보인다[
1]. 고용량 proton pump inhibitor (PPI) 요법을 사용하여 위 내 pH를 높이는 것은 내시경 지혈 후 고위험 소화성 궤양의 재출혈을 예방하기 위해 중요한 치료이다. 최근 메타 분석에 따르면[
2], 내시경 지혈 후 고용량 PPI 정맥투여가 재출혈, 사망률, 추가 시술 혹은 수술 필요성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국내외 가이드라인에서는 내시경 지혈 후 72시간 동안 고용량 PPI를 사용하도록 권장하고 있지만, 내시경 후 재출혈 예방에 있어 고용량 경구 PPI의 효능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으며 국제 지침도 상이하다[
2-
6].
본 연구는 내시경 지혈 후 고위험 소화성 궤양의 재출혈을 예방하는 데 있어 PPI 정맥 투여와 비교하여 vonoprazan 경구투여의 효능을 입증하기 위해 시행된 연구이다[
7]. 이 연구는 태국의 3개의 대학병원과 3개의 지역사회 병원에서 시행된 다기관, 무작위, 대조군, 비열등성 시험이다. 상부위장관 출혈이 의심되는 환자에서 내시경 검사 전 pantoprazole 80 mg을 정맥 주입 후, 8 mg/hr로 지속 주입하는 고용량 PPI를 투여하면서 내시경 지혈술을 시행하였다. 이후 재출혈 고위험 환자군(Forrest class Ia/Ib, IIa/IIb)을 대상으로, PPI 정맥투여 중단 후 경구로 vonoprazan 투여(20-mg BID for 3 days, then 10-mg OD for 28 days)하는 군(n=98)과 3일 동안 고용량 PPI 정맥투여 후 경구 omeprazole을 투여(pantoprazole intravenous infusion 8 mg/hr for 3 days, then omeprazole 20-mg BID for 28 days)하는 군(n=96)으로 1:1의 비율로 블록 무작위 배정하였다(
Fig. 1). 1차 평가변수는 내시경 지혈 30일 후 재출혈률이며, 2차 평가변수는 내시경 지혈 3일과 7일 후 재출혈률, 30일 사망률, 수혈 유무, 지혈을 위한 추가 시술 여부, 입원기간이다. 30일 재출혈률은 vonoprazan 경구투여군 7.1% (7/98), PPI 정맥투여군 10.4%(10/96)로 PPI 정맥투여와 비교 시 vonoparzan 경구투여의 비열등함이 확인되었다(치료의향 분석, 두 군 간 비열등성; 차이 -3.3%, 95% 신뢰구간=-11.2, 4.7;
p<0.001). 3일 및 7일 재출혈률도 vonoprazan 경구투여는 PPI 정맥투여에 비해 비열등한 수준을 보였다(
p<0.001, Farrington and Manning test). 그 외 사망률, 지혈을 위한 추가 시술, 수혈 여부, 입원 기간, 안전성 등에서도 두 군에서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내시경 지혈 후 소화성 궤양 재출혈 고위험 환자에서 vonoprazan 경구투여는 고용량 PPI 정맥투여와 비교 시 비열등한 결과를 보여주었다.
해 설
상기 연구는 내시경 지혈 후 소화성 궤양 재출혈 고위험 환자에서 PPI 정맥투여와 칼륨 경쟁적 위산분비 차단제(potassium competitive acid blocker, P-CAB) 경구투여의 효과에 대해 분석한 최초의 무작위 대조연구로서, 재출혈률은 내시경 지혈 후 고용량 PPI 정맥투여의 효과를 입증하였던 이전 연구들[
5,
8]에서 보고된 결과와 일치하였다. 본 연구에서 경구 vonoprazan 투여군은 내시경 지혈 후 30일간 재출혈이 7.8%로 정맥주사 PPI 투여군의 10.4% 대비 비열등한 것으로 입증되었다. 그 외 내시경 지혈 후 3일 및 7일 재출혈률, 사망률, 입원 기간 등 2차 평가변수도 두 군 간에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P-CAB은 새로운 기전을 가진 위산분비 억제제로 양성자 펌프에 인접한 칼륨 채널을 가역적으로 차단하며 위산분비를 억제한다. Vonoprazan은 2015년부터 일본 내 시장에서 사용되어 왔으며, 기존의 PPI에 비해 산 안전성, 빠른 작용, 긴 반감기 등의 이점을 가지고 있다[
9]. 역류성 식도염, 소화성 궤양, 제균치료 등 기존 PPI의 적응증에서 P-CAB은 PPI와 비교하여 비열등하거나 일부에서 다소 우월한 효과를 보여주었다. 국내에서도 2019년 tegoprazan이 출시되어 처방되고 있으며, 기존의 PPI와 비교한 연구들이 있어왔다. 전술한 대로, 위 내 pH를 높이고 위 점막 치유를 촉진하는 것은 궤양 의 재출혈을 예방하는 핵심 요인으로 P-CAB이 기존의 PPI에 비해 위 내 pH상승에 있어 효과적일 것이라는 기대가 있으며, 이번 연구에서도 고용량 PPI 정맥투여와 비교 시 경구 P-CAB 투여가 효과적임을 입증하였다.
경구용 vonoprazan의 이점은 경구 형태로 이용 가능하며 입원 없이 투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입원 기간의 단축을 기대할 수 있지만, 본 연구는 입원 기간을 평가하기 위한 제한된 권한과 모든 환자가 최소 72시간 동안 입원해야 하는 연구 프로토콜로 인해 이러한 결과를 입증하지 못하였다는 제한점이 있다. 그리고 내시경 지혈 후 3일간 고용량 PPI 정맥 주사에 비해 경구 vonoprazan 투여의 비용 효과적 측면에서의 이점에 대한 분석도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결론적으로, vonoprazan 혹은 국내에서 출시된 tegoprazan이나 fexuprazan과 같은 P-CAB이 기존의 PPI에 비해 빠른 작용 시작 시간, 긴 반감기, 강력한 위산분비 억제 효과를 가지므로 소화성 궤양의 출혈 치료 및 예방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향후 경구 P-CAB 투여의 비용 효율성, 입원 기간 단축의 이점 및 P-CAB의 정맥투여 제제의 효과에 대한 연구도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