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통 데이터모델을 이용한 국내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일차 제균 치료 경향 변화의 분석
Analyzing Primary Treatment Pattern Trends for Helicobacter pylori Infection Using a Common Data Model
Article information
국내 헬리코박터 파일로리(Helicobacter pylori, H. pylori) 감염의 진단과 치료에 대한 제1차 진료 지침은 대한 Helicobacter pylori 연구회에서 1998년 발표한 “한국인에서의 헬리코박터 파일로리의 진단 및 치료”라는 합의안이다[1]. 이 진료 지침에서 일차 제균 치료로 양성자펌프억제제(proton pump inhibitor, PPI) 표준 용량, amoxicillin 1 g, clarithromycin 500 mg 하루 2회, 7일에서 14일 투여하는 삼제요법을 권고하였다. 이후 H. pylori 감염과 위암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들이 보고되면서[2], 2008년 조기 위암 환자에서 위암 치료 후 H. pylori 제균 치료가 법정 비급여로 허가되었다. 2009년 대한상부위장관·헬리코박터학회는 소화성 궤양 및 변연부 B세포 림프종뿐만 아니라 조기위암 환자를 제균 치료 적응증에 포함하여 제2차 진료 지침인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의 진단 및 치료 가이드라인”을 발표하였다[3]. 이 진료 지침에서도 H. pylori의 1차 치료제로 PPI, amoxicillin, clarithromycin 조합의 표준 삼제요법 7일 내지 14일 투여를 추천하였다.
점차 국내 H. pylori 내성률이 높아지고, 유럽이나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진료 지침을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의료 제도의 차이가 커서 2013년 국내 실정에 맞는 제3차 진료 지침이 개발되었다[4]. 여전히 기존의 표준 삼제요법을 대체할 만한 우수한 제균 요법이 입증되지 않아 표준 삼제요법을 일차 제균 치료로 권고하였다. 적절한 H. pylori 제균 치료 요법은 per protocol 분석에서 90% 이상, intention to treat 분석에서 80% 이상의 제균 성공률이 있어야 한다[5]. Clarithromycin 내성은 H. pylori 제균 성공률 감소의 주요 원인이며 국내의 clarithromycin 내성률은 1994년 2.8%, 2003년 13.8%, 2006~2008년 25.5%, 2009~2012년 37.0%로 증가하였다[6,7]. 한편, 2008년 국내의 지역별 H. pylori 일차 항생제 내성률을 분석한 연구는 clarithromycin 내성률이 경기 지역 32.5%, 부산 지역 26.3%로 높았지만 강원 지역에서는 12.5%로 낮아 지역별 편차를 보였다[8]. 2012년 발표된 유럽의 Maastricht IV 진료 지침은 내성률이 15~20% 이상 높은 지역에서는 표준 삼제요법이 낮은 H. pylori 제균 성공률을 보여 사용을 권장하지 않았다. 국내 clarithromycin 내성률 증가, 지역별 항생제 내성률 차이 및 Maastricht IV 진료 지침 등을 반영하여, 제3차 진료 지침은 clarithromycin 내성이 의심되는 경우 bismuth 기반 사제요법 7일에서 14일간 투여를 고려해 볼 수 있다는 권고안을 추가로 제시하였다. 즉, 표준 삼제요법을 일차 치료로 유지하면서 bismuth 기반 사제요법을 일차 치료의 대안적 방법으로 인정하는 수준에서 개정안을 발표하였다. 또한, 개원 및 봉직 의사들뿐만 아니라 환자 교육 자료로 널리 보급될 수 있도록 제3차 진료 지침은 학회지 게재, 소책자 제작 및 배포, 온라인 소셜 네트워크를 이용한 홍보를 강화하였다.
국내 경험적 표준 삼제요법의 제균 성공률은 점차 감소하여 최근 연 구에서는 약 70% 정도로 보고된다[9]. 2018년 대한상부위장관·헬리코박터학회에서 주관한 국내 항생제 내성률 조사 연구에서 전국의 clarithromycin 내성률은 17.8%였고, 지역별로는 서울과 충청도는 내성률이 15% 미만이었지만 이외 지역에서는 15% 이상의 내성률을 보였다[10]. H. pylori 제균 성공률의 감소와 더불어 H. pylori 감염과 관련된 증상 및 질환에 대한 연구보고들이 증가함에 따라 새로운 진료 및 치료 전략이 요구되고 있다[11,12]. 최신의 제4차 진료 지침은 2022년 “한국인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 치료 근거 기반 임상 진료 지침”이라는 제목으로 제균 치료의 임상 적응증을 정의하고, 제균 성공률을 최대화할 수 있는 치료법을 발표하였다[13]. 이번 진료 지침에서는 기능성 소화 불량, 철분 결핍성 빈혈, 위선종 내시경 절제술 후 등 제균 치료 적응증의 확대를 위한 근거를 추가로 제시하였고,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2022년 5월 1일부터 요양 급여 인정 기준이 일부 확대되어 ‘H. pylori 감염이 확인된 환자에서 위선종의 내시경 절제술 후’ 제균 치료 시 요양 급여가 적용된다. 한편, H. pylori 일차 제균 치료로 표준 삼제요법, bismuth 비포함 사제요법(순차 치료 및 동시 치료), clarithromycin 내성 검사 후 표준 삼제요법뿐만 아니라 일부 환자에서 bismuth 기반 사제요법 사용 등 다양한 치료 방법이 제시되었다.
이와 같이 국내 H. pylori 임상 진료 지침들이 개발 및 발표되었지만, 개정된 진료 지침에 따라 실제 임상 현장에서 치료 패턴의 변화가 있었는지에 대한 연구는 부족한 실정이다. 이번 연구는 국내 단일기관의 공통 데이터모델(Kangdong Sacred Heart Hospital Common Data Model, KDH-CDM)을 이용한 코호트 특성 분석으로 항생제 노출력 및 질환 등을 확인하고, 2014년 1월 1일 기준으로 H. pylori 일차 제균 치료 패턴의 변화를 보고하였다[14]. 이는 2013년 7월 국내 제3차 H. pylori 진료 지침이 발표된 이후 실제 제균 치료 패턴 변화에 대한 국내 처음의 연구이다. Observational Medical Outcome PartnersCDM은 각 의료 기관들이 보유한 서로 다른 구조의 전자의무기록정보를 가능한 표준화된 구조로 변환한 의료데이터 네트워크이다[15]. 이번에 이용된 KDH-CDM은 단일기관 데이터베이스로 1,689,604명 환자의 2004년부터 2019년까지 16년 동안의 진료 자료를 포함하고 있으며 이전 연구에도 이용된 바 있다[16]. CDM의 특성은 Table 1에 정리하였다.
이 연구에서 2004~2019년까지 표준 삼제요법 성공률은 79.8%로 추정되었고, 일차 제균 치료 실패 추정 환자군에서 macrolide계 항생제 노출력은 일차 제균 치료 성공한 군보다 통계적으로 의미 있게 높았다(14.7% vs. 5.5%, P<0.001). 이는 macrolide계 항생제에 노출력 있는 환자는 clarithromycin 내성 검사 기반의 맞춤형 치료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되는 대목이다. 제3차 진료 지침 발표 후 일차 치료로 bismuth 기반 사제요법을 사용한 비율은 2014년 1월 1일 기준으로 1.4% 증가함을 보여주었다(2014년 1월 1일 이전 1.9% vs. 2014년 1월 1일 이후 3.3%). 이는 저자들이 설명한 바와 같이 의료진의 bismuth 기반 사제요법 부작용 우려 및 새로운 항생제 내성 발생의 걱정, 기존 경험적 표준 삼제요법 처방의 익숙함, 하루 4회 약물 복용으로 인한 환자의 낮은 복용 순응도 문제, bismuth 기반 사제요법이 보험 급여 적용되지 않을 우려 등이 반영된 결과라고 생각된다. 또한 제3차 진료 지침의 ‘clarithromycin 내성이 의심되는 경우’ bismuth 기반 사제요법 투여를 고려해 볼 수 있다는 모호한 기술은 효과적인 항생제를 적절히 사용하면서도 내성의 감소 및 경제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항생제 스튜어드십(antimicrobial stewardship) 관점과 상충되는 부분이 있고, 일차 치료로 bismuth 기반 사제요법이 실패하였을 때 다른 구제요법 선택의 어려움이 있어 충분한 치료 패러다임 전환이 되지 못한 것으로 생각된다. 제4차 진료 지침에서도 bismuth 기반 사제요법은 14일 표준 삼제요법, 10일 동시 치료 및 순차 치료와 유사한 1차 치료 제균 성공률을 보이지만 약물 부작용이 높고 구제 요법으로 사용 가능성을 고려해 다른 제균 치료를 할 수 없는 경우에만 일차 치료로 사용할 것을 권고하였다[13]. 최근 유럽 27개 국가의 2013~2018년 기간 동안 H. pylori 치료에 관한 30,394명 환자의 레지스트리를 분석한 연구도 유럽의 H. pylori 진료 지침인 Maastricht IV (2012년) 및 Maastricht V (2017년) 발표 이후 제균 치료 패턴은 유럽의 각 국가별 및 지역별 이질적 경향이 있고, 진료 지침대로 실제 제균 치료 패턴은 크게 변화하지 않았음을 보고한 바 있다[17].
이번 연구의 제한점으로 요소호기 검사 시행 여부는 확인 가능하였지만, 요소호기 검사 결과 자료가 CDM으로 변환되지 않아 제균 성공률을 정확히 확인할 수 없었다. 즉, 요소호기 검사 결과가 아닌 요소호기 검사 시행 후 bismuth 기반 사제요법의 처방 유무에 따라 제균 성공 여부를 판단하는 조작적 정의를 사용하여 실제 제균 성공률을 정확히 알기 어려웠다. 또한, 제균 치료 기간 차이에 따른 제균 성공률 확인의 어려움, 다기관 CDM 연구가 아닌 단일기관 CDM 연구라는 제한점들이 있다. 하지만 CDM을 이용한 H. pylori 일차 치료 패턴과 항생제 노출력 등을 분석한 첫 연구이며, CDM을 활용한 연구에 익숙하지 않은 연구자들에게 CDM 자료를 이용한 소화기 연구 주제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준 연구로 생각된다.
Notes
No potential conflict of interest relevant to this article was reported.